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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의 일요일 밤
백운호수에서의 일정을 끝내고 김포에 있는 본가로 향항하는 길이었다. 분명 기분 좋은 일정을 마쳤건만 돌아가는 과정이 쉽지 않은 것은 기분탓일까.
마치 어떤 어둠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듯했다. 차를 운전하고 가면서 통화를 하는 사이 세 번 정도 길을 잘못 들어갔다. 뭔가 이상하다. 유난히 길을 잘못든다.
이제야 제대로된 길로 들어왔는데 주변 운전자들이 이상하다. 제 속도보다 빨리 가고 있건만 뒤에서 상향등을 눈이 부시게 깜박이며 내게 쏟아낸다.
“미친 새끼가”
한 마디를 내 밷고 옆차선으로 빠졌다.
클락션을 누르며 그 차가 지나간 다음 뒤로 들어가
이번엔 내가 상향등을 쏘아댔다.
상대 차량이 급정거하며 위협할 여지가 보이자
바로 옆차선으로 빠졌다.
복수 했음에 만족했다.
집요하게 미친 놈이 따라붙기 시작해
커다란 컨테이너 차량들 사이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두려움과 분노
터지기 직전의 감정들은
이미 마음을 가득 채운 상태라
약간의 자극에도 흘러넘쳐 버렸다.
운전에서 그 흘러넘치는 감정을
눈에 보이게 느낄 수 있었다.
2025. 2. 9. 일요일
다른 날, 같은 일요일 밤이다.
어김 없이 칼치기로 끼어들어오는 차량들.
속도를 적당히 줄이며 거리를 내었다.
욕을 밷지도, 상향등을 켜지도 않았다.
그저 마음이 편했다.
10월의 내가 보았을 때, 이상하리 만치.
작은 흔들림에도 쏟아내는 분노는
마음의 컵에 찰랑찰랑 가득찼을 때
너무나 쉽게 흐른다.
지금의 나는 10월의 밤보단
그 사람들이 흔들었을 때 쏟아내지 않으리만큼의
여유가 생기지 않았나 생각한다.
마음을 앎이
마음의 감정을 알아감으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게 됨이
내 마음에 여유를 선물해주었다.
아버지께서 가장 좋은 방향으로
나를 이끌어 가심에 감사하다.